그리운 운길산(雲吉山) 서재용 시인구름도산허리에 걸려쉬어가는 운길산아그 장엄한 능선에 서서푸르른 하늘한번 보고맑디맑은 두물머리 강물을 보고발아래 민초들 숨쉬는초록 들판을 보며강물 한굽이 돌때마다긴 한숨 몰아쉰다물 한모금 목축이고가쁜 숨 차올라도한걸음씩 걷고 또 걸으니어느새 운길산과 하나가 된다산이 말한다이 풍진 세상은 늘 외롭지?그래서 산은 고독한 영혼을 받아들이고세상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고여윈 가슴을 포근히 감싸준다산은 흰눈 내리고 비가와도언제나 그 자리서 반기니둘도없는 내 친구변치않는 산 사랑...
그대를 낳고 바다가 춤춘다 장지연 시인수만 시간의 어둠을 견디고진통에 파도가 몸부림치기를 여러 차례붉은 그대는 그래도 세상을 밝혀야 한다그대를 잉태한 바다가그대를 해산한 바다가 산고로 운다빛을 뿜어 희망을 보게 하라빛을 내려 온기를 느끼게 하라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등을 떠밀어 뭍으로 올린다그대를 내어놓고 기뻐 바다가 운다밤새 까치발로 조바심 내던 억새도달빛 아래 애끓던 시커먼 파도도 숨죽일 때어선(御船)에 끌려 붉은 첫해가 동산에 뜬다빛나고 따뜻해져 사랑과 행복을 전하라그대는 붉게 웃고 바다는 대견하다 춤춘다민초는 그런 그대의 기운
밤송이 양혜순 시인산 그림자가놀러 간 사이세상 문을 열었다태양이맛을 심어 주고바람이옷을 벗겼다가을을 그리던반짝이는 얼굴단풍 구경하려고툭 !삼형제가 튀어나왔다토실 토실대문을 열고반갑게 인사하였다
오월 꽃 장흥수 시인뭉게구름보다 환한 꽃길 따라풍만한 가슴으로 일렁이던 봄 꽃잔치에 비바람불어 짧은 운명을 바닥에 뿌리더니낭랑한 노래에 파랑새되어하늘높이 오르네 장미보다 진한 꿈을안고 청아하게 피는 오월 꽃님 가슴에 밝게 피어 창공으로 비상하소서 계절의 여왕으로한달내내 곱게 피는 당신의 꽃이 되소서
텃밭 그림 조광연 시인텃밭 그림매서운 계절 잘 견딘 텃밭 잘 견뎌준 미늘 양파 그리고 하루나고맙고 사랑스럽다.어느새 따스한 햇살 텃밭에, 구석 구석을 비추인다.테크에 송아가루 날리고 화단에 갖가지 꽃들이 꽃마울을 터트린다.오~ 이래서 꽃 피는 봄이 아니던가?
가는 봄 김선자 시인아프다는 말도 못하고꽃잎이 지고 있다보낸다는 건공들여 짠 비단을찢는 일뻐꾸기 흥얼대는산그늘에 앉아내 한 시절을줍고 있다지평선 아지랑이처럼잡을 수 없는 너생손 앓는 이별의 끈 놓지 못하고가슴엔 꽃물이 흥건한데그대는 저 만치타인으로 가고 있다.
당신은 귀한 존재 손경애 교사당신은 누군가에게힘이 되어 주는 사람힘들어 하지 마세요좌절 하지 마세요두려워 하지 마세요당신 때문에행복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당신 때문에살맛 난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당신이 있어 위안이 되고감사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당신은 귀한 존재입니다나 또한 당신과 무슨 상관이겠습니까그러나 당신 때문에때로는 웃음을 찾고 행복해 하고당신이 주는 그리움으로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사랑이 아니라면당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면이 모든 것을 나 역시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당신도 누구 때문에 위안을받기도 하고 감사해 하겠지만당신
밤꽃이 필 때면 김화자 시인밤꽃아래서 한 여자아이가두 손에 꽃술은 안고 얼굴에 부비고 있다하얗게 피어나는 저 그리움5월이면 추풍령 그 아이 집에는밤꽃향이 사방으로 가득하다엄마 품속에서 하얀 꿈을 꾸기도 하고봉실봉실 길게 늘어진꽃숭어리 꼬리를 붙잡고저 세상 어마가 계시는 곳까지칭얼대며 한없이 매달리고 싶은 아이다이렇게 밤꽃이 필때면엄마를 만나는 설렘에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아이다하얗게 피워 올린 세월 속에파묻힌 나이가 되있어도마구 한바탕 울고 싶은 아이다꿈속에라도 엄마가 올 것 같아서보드라운 엄마의 숨결인 것 같아서저 하얀 구름 속을
코로나에 걸려들다 덕천 염재균/수필가손 씻기도 여러 번조심하고 조심한다고 했는데드디어 걸려들고 말았네. 아내도 걸리고 자식들속절없이 걸리는데도버텨온 지난 시간들 잔인한 달 4월이 가기 전드디어 내 예감은 적중했지 네 번의 쑤셔오는아픔에도 견디었건만끝내는 막을 수 없었는지 진료를 받는 순간의사의 한마디 말에항복하고 말았네. 쑥 향기가 그리워달음박질 언덕엔혈색이 도는 초록내음 나 홀로 격리되니봄은 왔는데 내 마음은아직도 겨울을 맴돌고 있구나.
만고강산 여호걸 되다 정수미 시인금오산 대혜폭포 아래 나뭇잎 깔고 누우면바위 위에 나타난 산신령이 산삼 한뿌리 건네준다천지인이 불꽃같이 보호하네힘내라고!만고강산 여호걸로 변신한다하늘과 바람과 폭포소리가 웃음 가득하고 황금빛찬란한 현월봉을 지키는 삼족오도 씩~ 웃어준다자연의 생기를 가득 부어주네힘내라고!만고강산 여호걸로 일꾼된다 사슴과 숨어있던 다람쥐가 소풍나온 나를 반기고삥 둘러 앉아 약사암 맑은 풍경소리를 한잔 마신다속세의 시름이 싹 떠나가네힘내라고!만고강산 여호걸로 호령한다
꽃이 진 자리 이경옥 수필가앞다퉈 꽃이 피네황홀한 꽃의 향연행복한 기쁨 가득꽃 보고 웃고꽃 지니 울다꽃 핀 자리 신록의 잎바람에 푸른 물결희망으로 소곤 소곤
넝쿨장미 은희란 시인담장에 기어올라하나 둘 내민 얼굴가만히 다가가서입 맞추듯 피는 꽃오월은진홍( 眞紅)의 술잔그대에게 취하리라
4월의 한가운데 서서 손경애 시인4월의 한가운데 서서세월의 흐름을 읽고 있답니다어제는오늘을 위해 비우고오늘 또한내일을 위해 비워냅니다남는 건 과연 무얼까?사연 없는 사람이나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다 그렇게 주고받으며살아가는 거 아닐까요숨 가쁘게 살아온지난 시간들을 돌아 봅니다내 마음 청소를게으름 피우지 않고 살아왔는지겸손한 마음으로내 안에 지식을 쌓으며예쁘게 살아왔는지생각해봅니다!동동 그리는 삶에 쫓기어아쉬움만 남지만그래도새록새록 피어나는행복들을 가슴으로 안으며오늘 하루를아름답게 그려 갈 것입니다아름다운 이야기로함께한 순간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손경애 시인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사람을 만나면 참 고맙고 기분이 좋아져요.그런 친절한 분들은 내 얼굴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질문의 답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자기 일에 갇혀서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사람은 내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물건 치우듯 성의 없게 답변을 합니다. 결국 친절도 마음이 자기 생각 속에 갇혀 있지 않고 현재 앞에 있는 사람이 보일 때 비로소 가능한 것 같아요.그래서 친절을 베푸는 것이 마음을 현재에서 깨어 있게 만드는 수행입니다.언제나 제게 친절을 베푸는 우리 오빠
대머리 아저씨의 고민 정수미 시인왜 사냐건 웃지요탈모가 고민이고 머리카락이 쑥쑥 빠진다네가발을 쓰면 땀나고 답답하고 업다네바람이 세게불면 가발 벗겨질까 겁나네대머리는 십년은 나이 들어 보인다네좋은 가발은 엄청 비싸게 판다네여성들삼단 같은 머리결이 참 부럽다네오늘도 가발집에 깍아 달라 흥정 하네불쌍한 내 신세 돈도 별로 없고 머리카락도 없네대머리라서 몇 가닥으로 2:8 가르마를 타네아버지처럼 빛나는 유전자로 대머리 집안이네왜 사냐건 웃지요
입맛 당기는 소리 이현경 시인햇살 파릇한 날 텃밭에서 불쑥불쑥 올라온 아욱을 솎아와물에 찰랑찰랑 씻어 치댔다 손안에 초록물이 가득하다 냄비에 맑은 쌀뜨물을 붓고 된장을 풀어팔팔 끓는 리듬 속에 숨죽인 아욱을 넣었다 은근하게 또는 깊이 있게진한 국물이 우러나 감칠맛이 더하다 간소한 저녁 구수한 냄새가 집안으로 풀어지고가족들이 모여든다 순간의 느낌표 앞에서 입맛 당기는 소리 후루룩, 잃었던 감각이 살아나입안 가득 산뜻하게 넘어간다
참 기막힌 4월 김옥순 시인이틀을 막 돌아다닌다그 몹쓸 섬망증이 엄마를 조정한다결국 새벽에 넘어진다쿵, 아야야그야말로 꼼짝을 못하고 얼음땡이다119 실려 왔더니고관절이 깨져서 수술을 해야만하는 상황이란다안해도 위험하고 해도 장담을 못한다니손발이 후덜덜 떨린다뭐가 뭔지 모르는 엄니는알수없는 소리로 동문서답이고링거 바늘 뽑아 재끼고검사받느라 이리저리 치이니아야야 쌍욕까지 하신다세상 얌전하셨던 엄니가하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는긴장된 이 상황을엄니도 나도 잘 이겨내길 바란다마스크는 잡아 뜯지 말자 엄마야입원 3일째이제사 첫끼니를 드신다줄 곧
금강수변공원을 거닐며 신영인 시인소줏잔 입술 더듬듯봄 어스름 걷는다무엇으로 빚었는가숨 한 모금에도 취한다
엄마야, 우리 엄마야 김옥순 시인수술회복실에서 입원실에 왔다엄마불렀더니어나를 알아보시니무척 안도가 된다넘어져 고관절 수술세 시간 남짓 긴장했다체온이 떨어졌을까추워서 덜덜덜 떨면서도여전히 어느 나라에서 가무로 놀고 계신가 보다끝없이 누군가에게 호령하며간호사들한테 호통 한번 치고니 몸둥아리 이니라고막 굴리는구나병실에 한바탕 웃음도 주시고앵두나무 우물가에끝없이 가무중이다계속 목청껏 노래다세상 얌전하던 엄마가영 딴사람이니아마도 치매 때문일 테지낯설고 병실에서가 민망하다마취 깰 때 보지 못하던 행동을 한다더니그래도 늘어져 있는 것 보단 감사
피고 지고 이경옥/수필가오는 봄이기는 겨울 없고가는 겨울 누구도 못 잡는다.꽃은 피고꽃은 진다그렇게꽃이 피고 지고나도 너도 피고 진다온 몸으로 피워 낸환희의 기쁨은 짧고지는 꽃의 떨림은낙하의 아름다운눈물로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