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앙코르에 떠오르는 일출을 촬영하기 위해 전용버스로 약 12㎞를 이동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1인당 50달러, 3일간 유효) 입장하는데,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해 입장권에 부착하고 목에 걸고 다녀야 곳곳에 있는 사원을 출입할 수 있다고 한다. 입구에서 약 20여 분 걸어가자 사진에서만 보던 그 유명한 앙코르와트 대표사원이 눈앞에 위용을 자랑하며 유혹하고 있다.

새벽 여명의 빛을 받아 실루엣으로 서 있는 풍경은 지금까지 봤던 어느 절경보다도 단연 최고의 풍경이었다. 연속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눈은 연신 앙코르와트 새 아침을 기록한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앙코르는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촬영 내내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영국 여성들과 기념 촬영도 하고 기념사진도 촬영해 주었다.

앙코르와트는 동남아 최대의 관광지이며, 똔레샵에서 프놈꿀렌에 걸친 300㎢ 이상의 방대한 지역에 분포해 있는 크메르 제국의 사원들이다. 14세기에 축조된 유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850년대 후반. 그러나 그 후에도 크메르루주의 점령 기간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신비로운 사원이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1996년 태국과의 육로 국경이 개방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은 하루에 1만여 명의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앙코르 톰 남문 및 남쪽 크레앙, 바푸욘, 코기리 테라스, 레퍼 왕 테라스 코스로 유적 탐방을 시작하였다. 서기 12세기 초반(1113~1150)에 축조되었으며 앙코르와트는 비슈누에게 헌정된 사원으로 크메르 건축의 극치를 이룬 역사적 예술품이다. 구성, 균형, 설계, 기술, 조각, 부조 등이 완벽하여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중앙탑은 크메르 사원의 포인트이며, 항상 동쪽을 바라보게 건축되어 있다. 아래가 4각으로 올라가지만 천정이 있는 높이에서 탑 정상까지는 원추형을 만들어서 연꽃 봉오리로 형상화 한 특징이 있다.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건축물이 함축하는 상징이다. 앙코르와트 사원은 석조 건축물로 만들어진 우주의 축소판으로, 지상에 있는 우주의 모형이다. 중앙의 탑은 사원의 정 중앙에 세워져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을 상징하며, 5개의 탑은 메루산 5개의 큰 봉우리를 나타낸 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성벽은 세상 끝에 둘러싼 산맥을 뜻하며, 이를 둘러싼 해자는 우주와 바다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리고 앙코르와트 사원은 층별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3층 중앙 탑들은 천상계를 상징하고, 2층은 인간계, 1층은 미물계로 코끼리, 뱀, 형상의 신비한 건축물에 매료되어 그 신비함과 웅장함, 정교함에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1,000년 전부터 만들어진 엄청난 규모의 불교와 힌두교 사원들, 거기에다 곳곳에 새겨져 있는 수없이 많은 섬세한 조각들을 둘러보며 당시 그들의 뛰어난 건축기술과 예술성의 가치를 새삼 느낀다. 대단한 민족혼이 숨 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방은 울창한 밀림지대로 근처에는 시엠레아프 강과 톤레사프 호수뿐인 지형이다. 어떻게 몇 톤씩 되는 바위를 옮겨서 게다가 높이 65m의 앙코르 와트 중앙사원같이 드높은 건물과 탑을 쌓아 올렸는지, 그들의 문화 예술 혼에 경이로움을 가슴 깊이 새기는 계기기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도 많이 있지만 아쉬움도 컸다. 앙코르와트 사원은 세계적으로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꼽힌다. 찬란하고 위대하며 대단한 문화유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리를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 사업자에게 30년간 임대하였다는 설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대단한 입장 수입(하루 2,000명 1인당 50불=한화 1억 1천만 원)을 캄보디아 정부가 포기한 이유가 몹시 궁금하다. 캄보디아인의 평균 월수입이 7만 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천문학적인 숫자다. 그래서 그런지 수입에만 급급한 나머지 유적의 보수 유지가 형편없이 관리되고 있었다. 곳곳이 무너지고 부서지고 시멘트로 덧칠하고 비닐포장으로 덮어놓은 유적이 우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천년의 크메르 유적이 이렇게 관리가 부실하여 훼손되고 파괴된다면 인류 역사에 큰 죄를 저지르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하루빨리 국제적인 문제로 부각시켜 책임 있는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캄보디아의 유적관리를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문화유적에 대한 관리가 잘못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남의 나라 걱정을 하는 나 자신의 모순됨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한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대전 둘레에 있는 30여 개의 성(城)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복원된 성은 고작 보문 산성과 계족 산성 등 몇 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성은 다 무너져 돌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표만 의식한 생색내기 예산편성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문화재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해서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을 잘 관리하여 후손에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관계당국의 성의 있는 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길공섭
대중문화평론가 길공섭

 

저작권자 © 투데이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