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복 시인
오연복 시인

품앗이

             오연복 시인

은솔아, 긴 고랑 큰 논배미 가보거라

아랫말 막내삼촌

수락골 처 고모부

필봉산 안사돈도 오셨더냐

우리 동네 시조 형님, 권소설, 류수필은

연장 챙기는 것 보았고

인동면에서 두 돈 반 트럭

성내면에서 봉고차 석 대도 왔겠지

벼 베기 삼만 평 후딱 해치우거라

미질은 둘째라니 속도전이다

타군의 갑부들 허수아비 논은

이번 병충해로 죽상이라 불참하였다니

도내에서 일등상은 내가 따 논 당상이지

이것이 다 이골 난 이장 수완 덕분 아니더냐

상도 상이지만

이름난 미곡상에서

출하 미에 황금딱지도 떡하니 붙여준다잖아

판로 쯤 제쳐두고 서로 차떼기로 사주며

품앗이 하여라

내 논 부쳐 먹는 이들

유기농 거름이라도 꾸어간 사람 중

눈에 확 드는 사람 순으로

품앗이 은밀하게 펼쳐서

별 다섯 개 반짝반짝하는

베스트 황금딱지 쫘악 붙여 줄 테니

 

※ 신간출판자 끼리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판매망에 납품된 서적을,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서로가 상대방(또는 자신의) 출간물을 무더기로 사주면서 판매고를 조작하여서 비도덕적이고 위선적인 품앗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작태를 꼬집음.

 

  일부 저급한 출판기획사에서, 출판을 하려는 작가들에게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주겠다고 꼬드겨서, 해당 출판사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간한 작가끼리 서로가 많은 물량의 책을 사재기하도록 하여서 판매부수를 조작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대형서점에서 판매고를 올려준 대가로, 큰 표창장처럼 교부하는 “베스트셀러”라는 금빛 스티커를 향한 욕망에 양심 따위는 스스럼없이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다.

책 속의 내용보다는 조작된 판매부수를 내세우며 마치 우수도서인양 포장하여서 독자의 선택을 왜곡시키고 도서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화를 선도하고 수범이 되어야할 지성인으로서 용납 받을 수 없는 행위이며 시대에 오명의 그림자를 남기는 부끄러운 짓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작금의 한심한 작태를 통탄하면서 문인으로서 도저히 눈감아줄 수 없는 사명감으로 붓을 들었다.

 품앗이는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미덕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역방향의 기류를 탄다면 되레 독화살을 실은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파행의 물결에 동참한 작가들도 잘못을 깨달아 거듭 나야하고, 떳떳치 못한 감행으로 “베스트셀러”라는 깃발을 흔들어 댄 작가는 크게 부끄러워하며 온당치 못한 깃발을 거두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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