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복 시인
오연복 시인

씨름 

                  오연복 시인

어깨 걸고 부여잡은 허리춤
샅바싸움에 불끈거리는 핏줄들
힘과 너름새로 맞서는 호각지세
부둥켜안은 씨름 한마당
살과 살이 맞닿고 땀과 땀이 엉킨다

산허리 움킨 채
들어 올리나 메어치나
걸어 칠까 당겨 칠까 밀어 칠까
뒤집기인가 되치기인가
모래판이 들썩인다

으라차차 어여차
박차고 뽑아 올린 기세
일진광풍이 몰아친다
쑤욱 뽑힌 허리 냅다 꽂히는 거구
찰나에 우주가 움씰거린다

 

씨름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된 민속놀이이자, 평화적이고 비 타격 · 비폭력적인 겨룸으로 승부를 가리는 신사적인 스포츠이다.

1983년 프로씨름대회가 출범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씨름은 2018년 11월 26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목록에 등재된 자랑스러운 우리문화다.

우리의 씨름은 때와 장소의 구애 없이 경사스런 일에 수시로 치러졌으며 특히 단오, 삼짇날, 초파일, 백중, 한가위, 중양절 등의 절기행사로 활발하게 행하여왔다.

또한, 봄부터 쉴 사이 없이 농사일에 바쁘다가 농한기를 맞으면 고된 몸과 정신적인 긴장을 풀기 위해서도 씨름을 즐겼다.

비슷한 체구의 상대와 힘과 기술을 견주는 씨름은 몸무게를 기준으로 체급을 나누어서 태백급, 금강급, 한라급, 백두급 등 큰 산 이름(여자 씨름의 경우에는 매화급, 국화급, 무궁화급 등 꽃 이름)의 경쟁 군을 갈라 경기를 치른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체급이 높은 큰 선수들과 맞붙기도 한다.

상대끼리 몸을 맞대고서 겨루는 씨름의 기술은 손을 이용하는 ‘팔재간’과 발을 쓰는 ‘다리재간’, 양손과 다리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땅에서 들어올리는 ‘들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세부적인 기술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관중의 커다란 환호를 이끌어내는 경기의 예를 들자면, 작은 체구의 선수가 자신보다 큰 선수를 이겼을 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할 때, 눈 깜짝할 사이에 승부를 결정지을 때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몸으로 뒤엉켜서 경기를 치르는 씨름경기에서 승자가 패자의 모래를 털어주고 땀을 닦아주며 서로 감싸 안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감동의 원천이 아닐까 한다.

우리민족은 씨름처럼 서로가 공정하고 당당하게 겨루고 어울리면서 약자를 보호하고 위로할 줄 아는 긍휼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그 위대한 유전자가 선진국 반열에 다가서게 한 힘이며 K-Pop, K-Drama, K-Art 등 K-Culture 대세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바탕이 아닌가 싶다.

지난 대선을 통하여 본 우리나라의 모습은 좌우의 극심한 대립과 분열로 양분화 되어가고 있다.

국민의 절반 남짓한 지지로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 시대를 향한 항해가 시작되었다.

야당이 절대 다수의 의석을 점유하여 여소야대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형국을 슬기롭게 풀어갈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진영과 이데올로기가 다르다 하더라도 새롭게 추슬러서 나라가 굳건하게 바로 설 수 있게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남녀노소의 한마당 – 이제, 갈라치기 없이 부둥켜안으며 한민족 모두가 역사요 장사로 어우러지는 위대한 <대한민국 씨름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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